기어가더라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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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회고

2024년 회고

Damagucci-juice 2025. 1. 18. 19:13

들어가며

개발자들은 회고라는 걸 하며 유난을 떤다죠? 저도 개발자가 된 김에 유난을 떨어볼까합니다.
저는 2024년은 어떻게 보냈을까요? 자신과 일, 두가지 측면에서 작성해보겠습니다.

자신 - Me [미]

상당히 게으르며,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는 반면에 자기 합리화는 잘하는, 전형적인 나에게 관대한 사람으로써 한 해를 보냈습니다. 퇴근해서 유투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보낸 날도 많고, 입으로는 다이어트를 외치면서 회사 간식과 치킨을 탐닉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는 알았는데요. ‘나는 나를 모른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고 하나씩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보면서 지냈습니다.

재작년 2023년은 운동에 엄청 빠져지냈던 것의 반발로서 요리에 빠져 한 6개월은 지낸 것 같습니다. 웬만한 이탈리안 음식은 레시피를 보면서 더듬더듬하는 것 같습니다. 이쁘게 접시에 담는 것에서부터 냉장고를 보고 할 수 있는 요리를 도출하기, 1인분에 적합한 양을 알기 등등의 것들을 많은 테스트를 통해서 알아냈습니다. 체중 증가는 막을 길이 없었네요. 23년 최저 몸무게에서 최대 15kg이 증가합니다. 차츰 또 빼야겠죠. 그래서 운동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알리오 올리오였습니다. 원가를 생각하니 파스타 가게에 못 가게 되었어요. 정말 꼭 가야할 때를 제외하곤 주로 해 먹는 것 같습니다.

운동은 달리기를 좋아했었는데, 달리기 크루에 들어갔습니다. 대전에서 말이죠. 7월부터 활동해서 11월 쯤에 제명당했습니다. 주에 2회 화요일, 일요일 정기 모임인데, 4주 이상 참여 안해서 제명당했습니다.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7월부터 매주 주말을 버스로 2시간 거리에 본가에 갔어야했습니다. 도저히 일요일은 나갈 수가 없었고, 화요일은 핑계긴 한데 퇴근해서 밥먹고 쉬고 싶었어요. 허허… 그런날이 4주 연속 될 수 있죠. 암요. 그래도 9월엔 98km를 달렸습니다. 11월엔 12km를 달렸는데 아마 이때 쫓겨난 것 같아요. 본가에 다니면서는 주말마다 어머니와 수영을 갔는데, 50분을 쉬지않고 열심히 하면 1000m는 헤엄쳤습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은 모임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하는게 좋긴한데 시간 맞추는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너무나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달리기 모임에서 짤린 김에 주짓수를 10월 말에 등록했습니다. 3개월 등록하면 도복을 무료로 준다해서 등록을 했는데, 한달씩 할 것을 그랬습니다. 왜 시작했냐면 당시에 MMA 경기를 보다보니 뭔가 하나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때 복싱과 주짓수 체육관을 알아봤는데, 둘 다 집에서 같은 거리에 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맞는게 싫어서 주짓수를 가게 되었죠. 6년 전에 2달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 때는 지는게 억울하고 분해서 금방 그만두었습니다. 이번에 목표는 3개월은 다녀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갔습니다. 해보니 주짓수 자체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제압할 수 있다’라는 개념의 스포츠더라구요. 제압당하는 큰 사람 포지션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니 좀 덜 억울했습니다. (탭 잘치는 아저씨…) 이 때 한껏 나태해져 있었는데 몸쓰는 것을 규칙적으로 시간표에 넣고 나니까 일상의 다른 부분에서도 활기가 도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고 있다가 부상의 위험이 너무 높아서 계속할지는 고민입니다. 왼손 새끼 손가락 인대를 부상당해서 3주간은 탈부착 깁스를 하고 살았고 지금도 완전히 주먹이 쥐어쥐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무슨 무릎 기술을 당했는데 그냥 고통은 없고, 못 움직이겠어서 탭을 안치고 발버둥 치다가 상대방이 ‘더 하면 부상당한다’하고 풀어줬는데도 불구하고 비 올 것 같은 날엔 오른쪽 무릎이 시큰합니다. 오른쪽 어깨는 그냥 아픕니다. 분명 재미도 있고 호신의 역할도 상당할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상대방을 완력으로 제압할 일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에 반해 부상의 위험은 높아서 꾸준히 다닐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차라리 주먹다짐이 있을 수도 있는 청소년기에는 배우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어떤 점에서 재밌냐면, 약간 알고리즘하고 비슷합니다. 아예 모르면 시도조차 못하고 어려워하는데 좀 알면 알 수록 재밌어지는 스포츠인 점이 그렇습니다. 주짓수는 힘이 아무리 세도 모르면 당하는데, 알고리즘도 시간을 아무리 쏟아도 몰라서 못푸는 문제는 못풀기 때문에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중요합니다. 기술이 세세하게 작게 들어가는 그런 단계들을 충실히 수행하면 반응이 잘 나타나는 점도 비슷합니다. (잘 안되면 화가 나는 것도 비슷합니다.) 부상 당하지 않게 설렁설렁 꾸준히 1년 해보고 결정해야겠습니다. 어떤 블랙벨트 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주짓수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다루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가면 덜 부상을 입지 않을까요?

일 - Work [워크]

23년 12월도 포함하면 3개의 알바와 1개의 사이드 프로젝트, 12개의 블로그 포스팅, 4번의 면접, 1개의 개인 프로젝트, 12개의 수업에서 34학점을 3.9 평점으로 이수했고, 1번의 취업, 듀오링고 120 몇 일 연속기록(중간에 끊기고 지금 다시 60일 정도), 책은 약 12권 정도 읽었고, 그 중에 기술 서적(전공)은 2권 정도 읽었네요. 숨가빴네요. 나 열심히 살았을지도?

알바를 하며 면접 보며 취업 시장이 심각하다는 것도 알았고, 같이 힘들 친구들 걱정도 좀 되고, 일단 나부터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랬습니다.

첫 번째 알바에서는 4주 일하고 77만원을 받고 이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만두는 날 급하게 작성하라해서 쓴 프리랜서 계약서도 처음 써봤습니다. 코딩학원이었는데, 교육자라는 분이 그렇게 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알바에서는 스테이크를 서빙하면서 사장님께 “사업하다 왔어? 왜 이렇게 잘해?”이런 질문도 받아보고 그랬습니다. 어딜 가나 잘 적응해 먹고 살 것 같네요. 근데 이 때 좀 힘들었습니다. 겨울이기도 했고, 주변에 좋은 기업에 들어간 친구들 보면서 자신과 비교도 했습니다.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요즘도 종종합니다. 안하기 어려워요. 세번째 알바는 삼촌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무보조를 하는 것이였는데, 참 몸이 편안하고, 시간 때우기 좋아서 이 때 학과 공부와 사이드프로젝트 많이 했습니다.

이 시기에 2 번째 면접을 지인 소개로 보게되었는데, 안좋은 시기에 면접을 얻게 되서 준비도 열심히 했습니다. 긴장해서 하고자하는 말도 잘 못하고, 면접자를 막대하는 회사였는데 지인도 다니고 있어서 하고 싶은 말도 다 못한 후회가 남는 회사였습니다.(잡플래닛 면접 후기 살벌합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어이없는 질문이 ‘잘싸우냐’ 이런류 였는데 뭐 이런 회사가 다있는지 싶더라구요.(그래서 주짓수를 하게되었나?) 이런 회사라도 취업 기회 얻으려고 엄마가 해준 아침밥 먹고 양복 다려 입고, 고속버스타고 서울로 면접 보러 간 자신이 비참했습니다. 이래서 면접비 지급 의무화를 해야합니다. 저런 회사도 그날 면접 인원이 8명이 였거든요. 아쉬운 경험이였습니다.

지금 취업은 7월에 대전으로 했습니다. 여자친구도 다른 친구들도 다 서울에 있는데 가는게 맞나 했는데, 일단 경기가 나쁘니 가보자 해서 가게되었습니다. 회사는 좋습니다. 다만,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모르겠는 회사라서 좀 불안한건 있는데, 아직은 좋습니다.

일 자체는 그렇게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레거시 코드가 10년 정도 쌓이면서 오브젝트-C에서 Swift(UIKit)으로 이전한지 1년 밖에 되질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if 문의 조건은 괄호 ()로 담겨 있습니다. if문은 필요할 때마다 분기해서 한 함수가 8가지 경우를 책임지기도하고 뭐 크게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1500줄에서 2000줄은 애교고 최대 8000줄이 넘는 파일도 있고 그렇습니다. 혹시나 해서 SwiftLint를 적용해봤는데 노란 경고 4만개에 적색 경고 3000개 정도 나타나더라구요.(얼른 롤백했습니다. 이런거 고치고 있으면 일은 하는거야? 라는 말 듣기 좋거든요) 이런거 말곤 별다른 어려움은 없습니다. 별다른 규칙과 약속 없이 그 때 그 때 필요하다고 요구받는 기능을 만드느라 프로젝트가 중구난방이였던것만 빼고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제가 차차 정리해가면 되니까요. 그러라고 돈 받는 것이기도 하구요.

하 사실 처음 코드 봤을 때 멘붕이였습니다. 인정할게요. 스토리보드 파일로 UI를 짜는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사실 UI 요소를 스토리보드에서 선언만 하고 코드로 가져와서 짜는데 그것도 잘짜면 모르겠는데, Frame 방식으로 짭니다. Auto-Layout 없는 UI 코드를 보게될 줄이야!!! 저는 스스로 잘하는 개발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못하는 개발자를 보니 못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코드가 지저분한건 괜찮습니다. 닦고 기름칠하고 조이다보면 언젠간 잘 굴러가겠죠.

그런데 일을 왜 이렇게 할까요? 저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장님께 우주 너머 오르트 구름에서 보낸 영감이 도착합니다. 직원들에게 ‘이걸 하면 어떨까?’로 시작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사장님이 알파이자 오메가이면서 에이스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근데 기능이 너무 많아져서 쓰는 사람도 모르고 만드는 사람도 모르는 앱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괜찮지 않습니다. 왜 해야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개발을 해야합니다. 당연히 개발팀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납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시기 때문에 계속 말씀을 하시다가 개발팀이 결국 작업에 착수합니다. 이 작업을 A 작업이라고 하죠.

A 작업의 진행 중에 사장님은 ‘누가 그러는데 B 기능이 필요하다더라’는 말을 듣게됩니다. 근데 B가 더 급하다고 하십니다. A 작업 중단을 하고 B작업에 들어가니 ‘둘이 같이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하십니다. 뭐 그럴 수 있죠. 늘 있는 일 새치기니까 팀원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져갑니다. 개발팀은 그래도 여러명이니까 각자 고군분투하는데, 디자인팀에 디자이너 한 분은 어떻게 퇴사 안하고 버티는지 진짜 대단한것 같습니다. 아무튼 진짜 중요한 기능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근거가 없는 일들에, 우선순위가 온통 뒤죽박죽에, 개발팀의 의욕도 떨어지고, 마감은 한 없이 늘어지고, 사장님은 왜 직원들이 안된다고만 하는거냐고 한탄하고, 일의 시작과 끝이 없는 이 흐름의 무한 반복입니다. 이거를 해결해보자고 지라를 도입했는데 쓰는 사람만 쓰니 서로 무슨 일 하는지 모르고 답답합니다. 그래도 차차 나아지겠죠. 네… 그래도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6개월간 크고 작은일 40개를 처리했네요. 아쉬운 점은 작업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마다 블로그를 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작은 사이즈의 글이라도 꾸준하게 작성을 했어야했는데, 정말 대박 사건 급의 이벤트만 블로그에 글로 작성해서 많이 쓰지는 못했습니다. 25년엔 아무리 작은 내용이라도 꾸준히 글을 남겨야겠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어떤 근거에서 한 일인지 알기 위해서, 또 전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기록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맺으며

퀴즈 이벤트 회사 답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투표를 진행습니다. ‘올해의 우수사원’을 뽑는 투표와 ‘같이 팀을 한다면 누구와 하고 싶은가?’하는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두 투표 모두에서 제 사수이신 안드로이드 개발자님이 당선이 되셨습니다. 이런 분이 제 사수이고 같이 티키타카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이지요. 참고로 저는 같이 팀하고 싶은 사람에서 2등을 했습니다. 불만은 있지만 그만큼 내색 없이 일을 잘 수행했다는 뜻이겠지요? 하하 자랑 맞습니다. 감사합니다.(꾸벅)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모두 25년 무탈하고 하시는 일 잘되는 한 해 되길 기원합니다. 샤마? 노샤마? 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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