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가더라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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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회고

사커비트연대기 2: 물레방아 인생

Damagucci-juice 2025. 2. 6. 23:52
- “팀원이 의욕이 없어보일 때, 어떻게 하는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일까?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는 있는 걸까? 팀이 작업에 의욕을 보이고 그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짧은 끄적거림입니다. 

-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팀플 하면서 느낀 고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용히 삐걱대는데 아무도 그걸 수면위로 꺼내지 않는다.

일단 이런 열정러와 같은 팀이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3편을 쓰는 필자는 이렇게까지 열정이 있진 않다. 사실은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편이라 해야 맞다. 다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매크로 챌린지에 임했는지에 대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아카데미에 오기 전에 3년 정도를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공무원 수험생이라는 허울 속에서 용돈받으면서 살았다. 시간은 잘갔다. 진짜 잘간다. 그러다가 어느날 이렇게 살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대가 이렇게 지나가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개발자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겼다. 근데 세상은 정말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20대 후반에 개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에겐 더욱 친절하지 않다. ‘때가 있다’라는 말을 피부에 느끼면서 배웠다.

그러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가 있다는 소식을 1기 모집 때 들었고, 지원은 2기 때 하게 되었다. 거의 1년 정도 시간 터울이 있었고, 그 사이 나는 개발 부트캠프를 한번 거치고, 6개월 정도의 취업 준비기간도 거치고 세상이 아주 따듯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포항 공대 건물에 입주한 최고의 교육 시설, 최상급의 맥북, 모니터, 의자, 모션 데스크, 경험에 대한 공유와 따듯한 조언을 아까지 않는 멘토들, 이런것도 생경했지만 제일 신기했던건 문화였다. 누굴 만나든 당연히 반갑게 인사하고, 자유롭게 누구와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처음 경험해봤다. 누가 애플 아카데미를 포항 홀리데이라고 부르던데, 진짜 외국 사는 기분이 이런건가 싶긴 했다. 처음엔 적응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했는데, 점점 끝이 다가올 수록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는 걸 체감했다. 이 시간은 정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만들고, 실패도 해보고, 작은 성취도 이뤄보고, 이런게 그 당시에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5년에 돌이켜봐도 당시에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 프로젝트인 매크로 챌린지를 잘하고 싶었다.

 

근데 진짜 답답하긴 했다. 

내가 속한 구룡포팀은 팀원을 구하는 것이 거의 마지막날에 간신히 됐다. 미리 2~3명은 같이 팀을 하기로 결정이 난 것 같았는데, 나는 정말 팀을 확정하는 마지막날까지 팀을 못구하고 있었다. 못구했다기 보단 왠지 모르게 그냥 잘 될것같은 근거없는 낙관이 좀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구직시장에 참여하지 않은게 맞는 것 같다. (같이하자는 사람이 없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우리 팀원들이 거둬줘서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건 그거고 솔직히 손발이 안맞았다.

몇몇 팀들은 벌써 그 전 프로젝트 기간 동안 어떻게 팀을 짤지 멤버를 벌써 다 정해놓고, 심지어는 기획도 어느정도 가시화가 된 곳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만 늦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카데미 내에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던 친구에게만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아도 “우리팀은 더 늦어”라는 말 외엔 별다른 뾰족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나 조차도 같이 아이템 리서치에 시간을 많이 들여서 가져와도 “그게 될까?”, “이미 그런 앱은 많은데 우리가 차별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따위의 염세주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일쑤였다. 거의 한달을 그렇게 돌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같이 고구마를 먹고 있을 거라 상상이 된다. 혹은 성공적인 팀플만 해본 행운아거나.

그러던 어느 저녁 즈음, 저 글을 쓴 친구와 피그마에서 만나게 되었다. 둘다 답답했는지 피그마에서 시간을 보냈다. 피그마에서 나눈 필담의 내용을 내가 무단으로 캡쳐했다. (미안 ^_^) 사실 겉으로는 털털하고 프로페셔널해서 저렇게 스트레스 받고 있는 줄은 몰랐다. 팀에서 가장 막내였는데, 혼자 많은 짐을 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후에 다같이 모여서 회의를 되게 진솔하게 했고, 거기가 변곡점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에 우리를 ‘팀’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개개인의 집합이였을까? 처음 몇 주간의 시간들은 후자에 더 가까웠을 것 같다. 서로 원하는것도 다르고, 그걸 솔직하게 털어놓기 어렵기도 했다. 전부를 매크로에 몰입하기는 사실 어려웠다. 그런데 다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하기도 어렵고.. 복잡하지만 쉽게 이야기하자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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