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가더라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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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회고

(데이터 주의) 2023 Apple Developer Academy 회고

Damagucci-juice 2024. 5. 19. 11:57

음악이랑 같이 읽으면 좋아요.

C5에 붙어있는 아카데미


1. 평범한 나날

22년 겨울… iOS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학습하던 평범한 날들이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지인과 포트폴리오를 목적으로 일정 관리 앱을 만들기로 했다. 막상 앱을 만들려고 보니, 어떻게 만드는지 기술은 알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는 몰랐기에 무작정 앱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앱을 개발하고 중반쯤 왔을 때 왜 이 앱을 만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누구도 ‘사람들은 구글 캘린더를 쓸 텐데…’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코드 뭉치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이미 알고 있었다. 일정 관리 프로젝트는 누가 그만하자는 말도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내가 어떤 성향인지 찾아가는 레베카 세션. 나는 Expressive

2. 강렬한 욕구

단지 취업용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앱을 말이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Apple Developer Academy를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와 디자인, 개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 협업을 하면서 Challenge Based Learning이라는 프로세스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들었다. 여길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인원을 선별하는 시험 같은 게 있어서 수험생 마음으로 조마조마하면서 12~1월을 보냈다. 1월 중순에 기다리던 합격자 발표가 났고 포항으로 떠났다.

건물이 정말 좋은데 설명할 길이 없네..

3. 어색한 환경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3월 첫 주에 프렐류드라는 온보딩 기간 동안 식사마다 밥친구가 바뀌고 매번 어떤 활동을 수행하고 서로 알아가고, 그야말로 친해지기가 미션이었다. 일을 하기에 적합한 수준으로 친해지기 위해 100명의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었다. 하루에 4시간을 세션 공간에서 대화를 하고 서로 알아가는 활동들을 하다 보니 기운이 빠졌는지 샤워하다가 코피가 났다. 나처럼 내향형인 사람들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대단한 세숫대야

 개발자의 장점 중 하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잘못임을 깨달았다. 적응 기간이 흘러가고 우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Mini Challenge 1이 시작됐다. 3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미션은 '아카데미 생활에 익숙해지기'와 '아카데미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대상 사용자는 아카데미의 학습자들이고 그들의 9개월의 여정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 MC1 팀이 만든 것은 2가지로 하나는 핫바 타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틴더 카드 제스처 형식의 카드 스토리였다.

낮잠 없인 못살아..

이 기획이 다른 아카데미 학습자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MC1 팀원 6명은 돈독해졌다. 누가 말할 것도 없이 각자의 역할과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고 서로 뒤를 봐주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었다. 사실 팀원 선정이 뽑기라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들어가는데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3주 동안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 먹고, 2~3번은 포항과 경주를 비롯한 주변 도시를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즐거운 추억이었다.

구슬 아이스크림 팀

4. 상황에 적응

미니 프로젝트 사이에는 지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자신의 스킬을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휴식기 같은 시간들이 주어진다. 이를 아카데미에서는 프로젝트와 프로젝트를 이어준다고 해서 브릿지,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해결한다고 해서 나노 챌린지라고 불렀다. 나는 사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E 성향이 꽉 찬 I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에 최선을 다해서 놀러 다녔다. 어쩌면 나의 부족한 점은 노는 시간에 잘 못 노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측면에서는 나의 문제점을 잘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미니 프로젝트 2에서는 '내 주변 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미션으로 주어졌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UX 원리와 방법론을 배우고 진행하는 CBL 프로젝트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스스로가 팀원이 되기 위해 모였다. 우리 팀은 두려움 극복이라는 작은 미션 아래 모였다. 최종적으로 "주변 지인(혹은 자신)의 두려워하는 지점을 극복하게 도와주자"가 미션이었다.

팀원 모집 당시 내 슬로건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을 체감했다. UX는 User Experience의 줄임말인데, 사용자가 중심에 그들의 문제를 공감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디자인 씽킹이라고 '디'자도 몰랐으니 너무 힘들게 다가왔다. 이상적인 경우라면 문제점을 다루는 구간에서의 발산-수렴 한 번, 해결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산-수렴 한 번이면 과정이 끝난다. 현실에서는 문제 발견에서 해결책 수립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선형적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가설과 검증을 통해 사용자의 의중을 덧붙여가는 지점토와 비슷하다. 이를 위한 무한 회의의 굴레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강행군도 아니었지만 오로지 '내 생각'만으로 앱을 개발하던 과거의 나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힘든 만큼 배운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5. 여기서 배운 것

Challenge Based Learning을 통해 배운 것은 세 가지다.

  1. 사용자
  2. 아이디어보다는 팀
  3. 팀워크는 노력의 산물
  4.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용자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UI를 만들 땐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면 안되고, 서비스는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무슨 직군에 있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생각 템플릿을 얻었다. 디자인 씽킹을 마치 제우스의 번개처럼 말했지만, 실은 어렵다.

아이디어의 자체 가치보다 그 아이디어를 끌고 나가는 팀이 더 가치있다는 걸 알았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된 소통 비용이 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팀이란 개념을 팀원들이 참여하는 공동 육아라고 느꼈다.

이런 책도 읽다니..

6. 내가 얻은 것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아카데미에서는 'T' 자형 인재를 강조하는데 확실히 'ㅡ' 너비는 확보한 느낌이다. (깊이인 'ㅣ'는 GPT가 대신해줘서 좋다.) 어느 정도 깊이는 사실 개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똑같은 팀활동을 해도 얼마만큼 몰두하고 가져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신 나는 4번의 팀과 1번의 해커톤 팀에서 동료로부터 배우고 성장했다. 개발도 사람이 하니까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 좋은 동료는 좋은 친구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 감사한 경험이다.

클라이밍에서

7. 내가 얻지 못한 것

아무래도 취업활동을 위해 지원한 경우도 있고, 9개월의 네버랜드가 끝나면 사회로 돌아갈 거라는 분위기가 공기 중에 퍼져있었기에, 다들 휴식 없이 엄청 바쁘게 달렸다. 신경이 곤두서는 일도 있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종종 봤다. 물론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건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나도 초중반에는 고민이 되어서 익명의 멘토를 붙잡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카데미에서는 시니어 러너라고 부른다. 같이 배워나가는 입장이라는 것인데 아주 적합한 이름이다.) 정답을 내려주지 않더라도 같이 고민하고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에게 내 고민을 터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 걱정인형이 되어준 멘토에게 지금이라도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큰 불안감을 느끼지 못해서 아카데미에 만연한 어떤 취업에 대한 압박은 보통보다 덜 느꼈다. 하지만 이걸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을 것이다. 나도 힘든데 도와주기도 어렵고, 그래서 좀 방관한 게 있다.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는 지금도 정확한 답이 나오진 않는다. 그치만 대게 이런 류의 성장통을 강하게 겪은 친구들은 많은 성장을 가져갔다. 그래서 어느 쪽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하나 오답은 애매하게 하는 게 제일 안 좋다. 놀 땐 확실히 놀고 할 땐 열심히 하는 게 좋다.

ChangeUp ground 근처...?

8. 그래서,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지금 돌아보면 포항이라는 환경이 좀 캘리포니아 같다는 생각이다. (가보지 않았다.) 남쪽이라 따듯한 여름 날씨가 길고, 바닷내음도 나고 주변에 놀 거리도 다른 도시에 비해 많다. 그래서 교환학생(혹은 워케이션)이라고 여기는 게 편하다. (가보지 않았다. 2) 경험을 넓히고 싶고, 9개월이라지만 3월~12월이라서 사실상 1년이 쓰이는 거니까 시간적 여유가 되는 사람이 제일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에게서 많이 배우고 친구가 많이 생기고 다시 가라면 또 갈 것 같다. 그 때를 추억하면 지금도 행복하다. 고깃집에서 육향이 깃드는 것처럼 포항적 사고가 몸에 밴 느낌이다. 포항식 운전 실력이 아직도 내 핸들에 남아있다. 취업이 당장 급한 사람들은 고민을 많이 해보길 바란다. 너무 많이 힘들어한다.

잠긴 아이패드화면을 보며 열심히 공부하는 춘삼이.

9. 저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논 것처럼만 써놨는데,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안 한 것뿐... 이 글에서는 제가 주로 칠링한 3월부터 8월까지의 이야기가 주고, 9월에서 12월엔 저도 바빴습니다. 반응 좋으면 2탄이 있을지도...? 다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사진을 올리기가 애매하네요.(남는 건 사진뿐~) 행복해 친구들아 ~ 

열심히 하는 척
타다끼
고기
수만원짜리 아이돌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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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산지직송으로 채워오는 감성 모르면 나가라.
혜린이 폼 미쳤다.
길바닥 감성 모르면 나가라. 이게 해커톤이야.
알파벳은 몰라도 아카데미 생활하는데 문제 없습니다.
쌍용 사거리에서 술커톤을 기다리는 자세, 매우 피곤해보임
눕는게 기본값
곰과 함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세레모니하려고 풋살하는 남자
3대 500도 텔레토비 옷 입어야 하는 곳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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