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가더라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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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오늘은 쉽니다.

Damagucci-juice 2023. 2. 9. 20:14

 

오늘은 왜 쉬게 되었을까요?

집에 식구들이 모두 나간 조용한 10시쯤 느지막히 일어나서 도서관에 나가려고 하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가 않더라고요. 일단 나가면 12시부터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을텐데.

샤워도 하고, 옷도 다 갈아입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아서 나가질 못했습니다.

가끔 약속 펑크내는 날이 이런 날이에요. 아마도 오늘 약속이 있었으면 못나갔겠죠.

그래서 집에 있는 음식들을 긁어먹었구요. 주로 김치찌개, 초콜렛 같은 것들이죠. 커피도 마시고 싶었지만, 커피 사러 나가기가 귀찮아서 마시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나갈 순 있겠으나 지금 마시면 잠을 늦게 자겠죠.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날이 오는 걸까요?

날씨가 우중충해서일지도 몰라요. 뚜렷하게 하고 싶은게 없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돈이 없어서 일 수도 있고요. 2일전에 잠을 늦게까지 뒤척이다 새벽에 자서 수면 패턴이 망가진 이유도 있겠고요. 뭐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네요. 운동 부족은 아니에요. 어제 운동을 했으니까요. 머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들로 나가는데에는 실패를 했고요. 최근에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는데 거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다행이 큰 일은 아니고요. 그 친구가 공무원 수험생이에요. 이번에 합격자 TO가 발표났는데 전년대비 40배가 줄었다네요. 작년엔 160명 뽑았는데 이번엔 4명 뽑는데요. 뭐 그래서 힘들어하길래 위로해주다가 제 의지력을 다썼나봐요. 근데 그건 그 친구의 일이지 나의 일이 아닌데요. 왜 이럴까요? 여자친구는 저보고 “어떻게 할래? 30살까지 취업 못할라고 이래!? 적당한 수준이 아니라 남들도 인정할만한 노력을 해야지!!”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에요. “전문대 나온 30살을 향해가는 개발자 지망생”에게 취업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네요. 근데 진짜 문제는 객관적인 조건이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겠지만, 개발을 하는 흥미를 잃어버린게 커요. 30살까지 취업을 못하면 어떡하죠? 지구가 무너지지는 않을까요? 뭐 그 때 가서 고민해보죠. 여자친구는 상승장인줄 알고 나를 만났겠지만, 하락장일 수도 있는 거 잖아요? 투자는 본인 책임이죠. 인생이 그렇고 주식이 그렇죠. 잘 될지 안될지는 나중 되봐야 아는 거니까요. 손절 안당하게 조심해야겠어요.

그렇다면 집에서 무엇을 했나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그냥 쉬었습니다. 유툽에 강형욱 훈련사가 애견인들 집에 방문해서 사람이랑 강아지가 사는 이야기도 보고, 빠니보틀이라는 유튜버가 영국 위에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가서 무료로 노천온천에 다녀오는 것도 보고 그러고 쉬었습니다. 개도 키워보고 싶고, 가정을 이뤄보고도 싶고, 여행도 다녀오고 싶고 뭔가 하고 싶은건 많은데 그 생각이 행동까지 이어지지는 않는거 같네요.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가봐요. “언제 취업해서 언제 결혼하고 언제 집사서 애낳고 개키우나” 생각하면 까마득하긴 합니다. 그때 그때 상황 봐가면서 해야겠죠. 뭐 하여튼 저한테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키보드도 많이 봤어요. 저한텐 미신이 하나 있어요. “좋은 키보드는 너에게 좋은 코드를 내려준다.” 사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그냥 키보드 취미는 개미지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치만 요즘에는 어찌되었든 타건을 오래하다 보니까 손가락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그래서 키압이 낮은 키보드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건강은 중요하니까요.

가까운 미래는 어떻게 그려가고 있나요?

그래요 그러면 먼 미래 말고, 가까운 미래를, 6개월 이내의 미래를 한번 보자구요. 작년 22년 10월에 iOS 개발자 컨퍼런스에 가서 카카오 페이 개발자 한 분이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적이있어요. 제가 “부트 캠프를 수료한 지금 시점으로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실 거냐?” 질문했어요. 그 분 답변이 “사업을 해보고 싶다.” 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당시에 저는 ‘취업도 안되서 죽겠는데 무슨 사업이야’ 하고 잊고 살았단 말이죠.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사업도 나쁘지 않을것같다는 생각이 요즘엔 들어요. 내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취업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당연히 취업한 것 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돈이 벌리면 자연스럽게 열심히 살 거 같아요. “옛말에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한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 취지는 ‘지금 좀 힘들어도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 라는 말이에요. 다르게 보면 일이 많아 져서 힘든거는 어느정도 견딜만하다는 말인거같아요. 일이 없는 것보다는 덜 힘들거에요. 근데 취업 준비는 맨땅에 노를 젓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러니 재미가 없죠. 취업용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진짜 돈을 벌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해봐야겠어요. 애플 아카데미에 가면 좀 제 견문도 넓어지고 다양한 생각을 많이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MVVM 패턴, RxSwift 열심히 익히고 알고리즘 공부하면서 취업각을 봐야죠.

개발이 재밌나요?

아 이런 질문 받으면 어렵네요. 개발이 재밌어서 한다기보단 취업하려고 하는게 크죠. 좀 요즘에는 의무감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처음 개발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건 아이폰이랑 맥북이 멋져서 였어요. iOS 개발자가 되면 맥북은 장비를 제공받으니까 그걸 좋다고 생각한게 크네요. 간지나잔아요. 인생은 간지가 9할 정도 되는거같아요. 근데 막상 물건을 사서 써보니 그냥 그렇네요.

개발이 사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미술, 음악,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재미는 없어요. 개발을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정말 부럽네요. 전 그냥 좀 몰입 같은게 좋아요. 코드를 짜다보면 어느새 몇시간 지나있고 하는 그런 경험들이 참 좋아요. 단순한 일이나 작업은 스스로 좀 못견뎌하는게 있는데, 개발을 하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은 못느껴봤어요. 여기서 지루함이란 단지 시계보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기분이에요. 개발 처음할 때 모니터 속에 아이폰 시뮬레이터만 떠도 진짜 신기하고, 네트워크에서 JSON 데이터 받아와서 파싱 처음 되었을 때 코드 개판이여도 그렇게 멋지고 신기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동력을 많이 잃은 느낌이에요. 목적의식이 뚜렷하다보니까 그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이 재미를 앗아간다고 해야하나요? 마치 축구가 재밌어서 축구선수를 하려 했지만, 축구 선수가 되지 못해서 축구가 재미없어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요즘엔 그냥 목표를 두지 말고, 개발이 재밌나, 재미없으나 하루에 꾸준하게 6시간씩은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목표를 ‘개발공부해서 취업하기’로 잡으면 문제가 있죠. 취업이 안된 상태라면 목표를 못이뤘으니까 항상 기분이 나쁘니까요. ‘하루에 6시간 개발하기’라는 목표는 너무 뚜렷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으니까요. 하고나서 성취감도 좋구요. 근데 이글을 쓰는 오늘은 6시간 코딩을 못했어요. 이 글만 쓰고 해야겠네요. 아니에요 할려고하니까 하기 싫어졌어요. 잘 쉬고 잘 노는 것도 능력이에요. 내일부터 해야겠네요. 

 

땡스 -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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