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가더라도 제대로

다시 IT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문

생각정리

다시 IT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Damagucci-juice 2021. 10. 28. 00:18

 어렵게 잡은 취업 기회를 미흡한 준비와 남탓으로 놓치고 나서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it에 재능이 없어.'라는 생각으로 애써 회피하면서 시간을 흘려 보냈다. 이런 저런 일을 해보았지만 다시 컴퓨터로 하는 일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재능없는 it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로 나갈거라고 되뇌였지만, 책상 주변을 둘러봐도 흐른 시간동안 변한 것은 전자 제품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 뿐이였다. 변하지 않은 것은 공부해야겟다고 사다가 쌓아놓은 책 무더기였다. 지난 1년의 시간동안 먼지만 쌓인 책들이 원망하듯 그 자리에 있었다. 버리려면 진작에 버렸야했던 책들을 왜 여지껏 버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나름대로 정리하려 한다. 

 최근에 알바로 건설 일용직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된 노동을 언제까지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서 일단 눈 앞에 놓인 하루하루의 일들을 처리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사회초년생이 벌 수 있는 돈에 비해서는 많은 금액이 통장에 찍혔다. 분명 적지 않은 돈이였지만 이게 하루 일당의 한달만큼의 합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 한켠엔 공허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시간과 돈을 맞교환 한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그러던 차에 나와 같이 현장에 입사한 동생을 알게 되었다. (편의상 이름은 김군으로 하겠다.) 김군은 나이가 어느덧 이십대 중반을 꺾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병역의무를 마치지 못하고 군입대 전에 잠깐 현장일을 한다고 했다. 김군이 보여준 행동이나 말에서 깨닳은 점이 많아서 오늘도 피곤한 노동을 마치고 와서 이렇게 적는다. 

 김군은 알고보니 나의 고교 2년 후배였다. 이름을 대면 아는 선생님이 간혹 있기도 했어서 우리는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힘든 일을 하면 친하게 되는 그런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김군은 나와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짜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이면 결과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가운데에서도 노력을 쏟아야하는 것인데, 나는 확실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일에 자원을 투자하기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성격이였다. 그러다 보니 벌써 마음이 노인이 되어버린 반면 김군은 비록 나이는 나보다 2살 적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보였다. 김군은 고등학교 3학년에 입시로 음악을 준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그 전에 취미로 악기를 다뤄보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것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입시준비를 하다가 하반기에 3개월에 2번의 손을 부상을 입었다. 연주자에게 손부상은 치명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동의하겠지만, 대학 입시를 음악 전공을 선택한 학생에게는 가혹하다 싶이 했을 것이다. 그렇게 이 친구는 재수를 하게 된다.  재수생으로 대학에 입학하여 3년의 수학과정을 보냈다.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예체능 계열은 대학의 간판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걸 23살에 깨닳은 김군은 다시 상위의 학교를 지원해 신입생으로 입학한다. 그리고 찾아온 전염병에 1년정도를 휴학하고 그 기간에 군악대를 준비하다가 떨어져 마침내는 11월에 육군으로 입대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김군의 역사 소개인데, 김군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그래서 도피하는 삶을 살아온 나와는 다른 점을 발견하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와중에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면까지 여러모로 형같은 동생이다. 김군과 나의 선택에 관한 이력을 봤을 때 부끄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아이와 어른의 차이라면, 나는 분명 아이였고, 김군은 어른이였다. 어른이 되기 위해 도전을 하고 싶다.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길이 분명 쉬운 길은 아니다. 해마다 전공자들과 각종 취업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과 다른 본인만의 장점과 차별점을 부각하는게 말처럼 쉽다면 누구나 좋은 회사에 취직 했을 거다. 그들이 공부한 양만큼을 배우고 취업시장에 나아가기는 한참 시간적으로 부족하고 일과 병행하며 어렵겠지만, 계속해서 미련만 남기고 한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 할 걸 하는 마음으로 30대를 넘기고 후회할 바엔 지금 시작하고 후회하는 편이 속은 시원하겠다는 마음에서 다시 한번 도전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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